마당 넓은 집

두번째 휴가(?)...

은별(한명라) 2002. 1. 5. 11:52












결혼생활 11년째.




저는 오늘 그 11년 동안에 2번째 휴가를 떠납니다.




첫번째 휴가는 지금으로부터 8년전쯤,

뻥순이 엄마의 결혼식때 였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때 당시 손위 시누이네와 한 건물 2층과 3층에 살면서

제가 시누이네 살림-점심과 저녁을 준비하던 생활을 8개월째 하던 때 였는데,

처음 한집 생활을 시작하던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서운한 일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나던 때였습니다.




그렇다고 제 스스로 자처한 시누이네 살림을 뒤늦게서야

나 못하겠다고 무책임하게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러던 차에 남편에게 저에게 휴가 좀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남편은 그 이유조차도 묻지않고 흔쾌하게 그러라고 승락을 했지요.




뻥순이 엄마의 결혼식은 토요일에 있었는데,

목요일 아침에 이제 두돌이 지난지 얼마 안되는 승완이와 네돌이 안된 은빈이,

그리고 저와 셋이서 기차를 타고 안양의 친정을 향해 훌훌 떠났었습니다.




겨우 이틀 먼저 떠난,

휴가를 빙자한 도피였었지만,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도 만났었고 참으로 기억에 남으리만큼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휴가를 서울 뻥순이네를 향해서 떠납니다.




여전히 승완이, 은빈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결혼후 처음으로 남편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4박 5일간의 여행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남편은 아이들 방학때면 열흘이고, 일주일이고 친정에 다녀 오라고 했었지만,

그렇게 오랜동안 집을 떠나 있기가 미안해서 4박 5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서울 가는 기차표를 예매를 했다는 말을 듣고는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하라고... 잘 했다고..." 하더니만,

어제 오후 갑자기 집으로 전화를 해서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배고프게 하는 것은 아니냐..."고 푸념을 하는 것이

아이들과 저 없이 보내야 할 4박 5일이 부담스러운 듯 했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엔

뻥순이 엄마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서 만났던

저의 고등학교 동창들을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완전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엔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카페 회원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월요일엔 아직도 저를 아줌마보다 "미스한"으로 기억하고 있는,

종로의 문구점 사장님을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근처의 손칼국수 맛도 여전한지 확인도 하려고 합니다.




오늘 오후 2시 무궁화로 서울을 향해 떠나는 저의 마음은

마치 수학여행을 앞둔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이기만 합니다.




온전하게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아니지만,

이처럼 승완이와 은빈이가 저의 든든한 동행이 되어 주는

두번째 휴가를 떠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요.




홀로 집에 남겨질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에,

추어탕도 한 솥 끓여 놓고,

아침이면 식사를 전자렌지에 데워 곧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은근히 걱정입니다.




이번 주말에 서울은 또 강추위가 몰려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던데...



따뜻한 남쪽 지방에 있던 제가

그 강추위를 과연 거뜬하게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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