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 일기...

아롱이와 귀여운 3남매를 소개합니다...

은별(한명라) 2017. 9. 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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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천둥이 형님이 카톡으로 반가운 사진들을 보내 왔습니다.
이제까지 많이 바빠서 천둥이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동안 천둥이는 중성화 수술도 하고
제법 의젓한 성견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천둥이 생일이 9월 마지막 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게 몇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천둥이는 2014년 5월 5월, 선물처럼 우리 집에 오게 된 아롱이의 1녀 2남 중, 장남입니다.


▲ 아롱이 장남 천둥이 경기도 일산으로 떠나기 전, 천둥이



친정어머니께서 키우시던 2마리의 강아지가 2013년 2월 17일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집 뒷산에 구덩이를 파고 9마리의 강아지를 낳고 키우던 것을

친정어머니 6번째 천도제에 참석하던 제가 발견을 했습니다.

7마리의 새끼강아지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2마리의 강아지를 경남 함안에 있는 시댁에 데려다주었는데,

흰둥이 아롱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시아버님의 말씀에 보낼 곳을 이리저리 찾던 중,

우리 집 근처를 지나는 어느 할머니의 '하얀 강아지가 이 집에 인연이 있어서 왔으니 그냥 키우라'는 단 한마디에

아롱이는 우리 집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2014년 5월 5일, 선물처럼 우리집에 온 귀여운 아롱이...



아롱이가 가족이 되면서 우리 집에는 많은 변화도 함께 왔습니다.

아롱이가 자라면서 보여 주는 여러 가지 새로운 상황과 모습으로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졌고,

이웃들과의 대화도 더 많아졌습니다.

특히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과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아주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람처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이웃들이 저를 부르는 이름은 '아롱이 엄마'였습니다.

남편도 처음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강아지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며

아롱이 키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장모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아롱이를 무척 예뻐하고 있습니다.




▲ 아롱이와 3남매 가운데 흰둥이는 첫째이면서 딸, 이마에 까만 점 하나는 장남, 이마에 까만 점 두개는 막내 아들



그런 아롱이가 4살의 나이로 2016년 9월 29일 오후 6시, 저 혼자서 3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번째 새끼는 아롱이를 꼭 닮은 딸 흰둥이,

둘째는 이마에 점 하나가 선명한 얼룩이 장남,

셋째는 이마에 점 두 개가 선명한 얼룩이 차남.

새끼강아지 3남매의 아빠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아롱이보다 한 살 많은 '담이'입니다.


동네에서 까칠하기로 소문이 난 담이는 함께 사는 가족들 중에서도 자신을 안는 것을 싫어하여

애견학교에서 3개월 동안 교육도 받았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낯선 사람에게 까칠하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롱이와 함께 다니는 저에게는 자신의 마당 출입을 너그럽게 허락했습니다.



▲ 아롱이와 담이... 아롱이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담이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아롱이에게만은 너그럽습니다.



처음 아롱이가 우리 집에 살게 된 이후, 아롱이가 자라면 중성화 수술을 해 주려고 했는데,

암컷의 중성화 수술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고, 부작용도 많다는 의견이 있어서,

임신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면서 키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6년 7월의 마지막 즈음 저녁이었습니다.

우리 집 골목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려고 대문을 열었을 때,

마당에 있던 아롱이가 대문 밖으로 홀연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던 날,

아롱이와 담이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평소 담이는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하루에 한두 번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오는 것이 전부였는데,

가로등도 고장이 나서 어둡기만 했던 그 날 약수터 근처로 산책을 나온 담이를

아롱이가 귀신같이 찾아와서 사고를 쳤습니다.

그렇게 역사적인 거사를 치르고 나서

2016년 9월 29일 아침부터 아롱이는 출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기르고 출산시키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딸아이가 인터넷에서 강아지 출산과 관련하여 이것저것 검색해서 출산장소 주변을 정리하기도 하고,

산통을 느끼며 간혹 비명을 지르는 아롱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진정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 7시, 퇴근한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잠깐 밖에 나갔다 온 딸아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아빠 아롱이가 새끼 한 마리를 낳았어요~"

잠시 후, 나가 보았더니 아롱이는 자신을 꼭 닮은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낳아

강아지의 온몸을 혀로 핥아주면서 두 번째 새끼를 낳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얼룩 강아지를 낳아 놓고 또 혀로 온몸을 핥아주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쯤, 세 번째 출산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문밖에 앉아 저는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 3남매 출산의 순간 둘째를 낳은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았던 아롱이가 3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하고 난 모습을 보면서

저는 또 뭔가 마음이 울컥하고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롱이의 입 주변과 다리의 하얀 털은 온통 피로 물들어서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한 마리를 출산하고 나서 새끼의 보호막을 입으로 닦아내고 탯줄을 잘라내면서 또 두 번째 강아지를 출산하고,

태어난 새끼의 보호막과 탯줄을 잘라내고, 또 세 번째 강아지를 출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해 가는 아롱이가 아주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병원에 입원하면서

모든 과정을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겼던 것과는 다르게

아롱이는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면서 모든 것을 혼자서 척척 해냈던 것입니다.

며칠 후 아롱이가 새끼를 낳았던 집을 꺼내어 청소하면서 저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아롱이 집 바닥에 깔았던 스티로폼을 들어내는 순간,

그 밑은 아롱이가 출산과정에서 흘린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아롱이가 출산을 마친 후, 북어를 넣고 진하게 끓인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가져다주었을 때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미역국을 먹던 아롱이를 보면서,


저는 12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하신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렸습니다.

우리 엄마도 12남매를 낳을 때마다 미역국을 드셨을까?

과연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 든든하게는 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 아롱이와 3남매 아롱이는 혼자서 3남매를 출산하고,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키웠습니다.



▲ 아롱이와 3남매 아롱이의 3남매가 눈을 떴습니다.



아들이 아롱이가 새끼 강아지를 낳고 키우는 사진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공감을 가지고 아롱이와 3남매 이야기를 지켜보던 중에

어느 분이 둘째 얼룩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 왔습니다.

그분은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선물로 받은 요크셔테리어를 15년 동안 키우다가 떠나 보낸 후,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롱이의 3남매 모습을 눈여겨보던 중

유난히 둘째가 마음에 들어와서 다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생긴 모습이 꼭 곰처럼 생겨서 우리는 '고미'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그분은 자신의 성을 따서 이름은 '둥이'  성은'천',

그래서 '천둥이'라고 이름도 지었다고 했습니다.

2016년 11월 17일 오후, 그분은 경북 대구에 출장을 와서 일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에

경남 창원에 있는 우리 집에 들러서 둘째를 입양하였습니다.

둘째를 입양하신 분은 미혼의 총각이었는데,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고,

그 친구도 강아지를 좋아해서 결혼하면 둘째 천둥이와 신혼생활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천둥이와의 이별이 아쉽기도 했지만,

천둥이를 가족처럼 길러 줄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쁜 마음으로 떠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천둥이 소식을 그 날 이후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했고,

아롱이 소식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천둥이 소식을 종종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외국 출장중이서 오랫동안 천둥이를 만나지 못해 많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천둥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 아롱이 장남 천둥이 천둥이가 태어난지 1년, 중성화 수술도 받았습니다.



▲ 아롱이 장남 천둥이 경기도 일산으로 떠나기 전, 천둥이와 아롱이



저에게 천둥이의 생일을 물어봐 주셔서 무척 반가웠는데,

천둥이의 생일인 오늘, 천둥이에게 특식을 주어야겠다는 천둥이 형님의 이야기에

저도 아롱이에게 3남매를 낳은 수고를 칭찬하며 특별한 간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둥이는 꼭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하고 와서도 

창 밖으로 사람이나 강아지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아래 사진처럼 하염없이 밖을 내다본다고 합니다.

그런 천둥이의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그런 천둥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롱이도 가끔씩 대문 앞에 앉아서 하염없이, 아련하게 밖을 내다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 아롱이 장남 천둥이 창 밖을 바라보는 천둥이



 ▲ 아롱이 뒷모습 대문 밖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아롱이



창밖을 내다보는 천둥이와 대문 밖을 내다보는 아롱이. 


두 모자는 서로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밖을 내다보면서 무엇을 하염없이, 아련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소리 없이 다가가서 천둥이와 아롱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롱이의 3남매 출산 1주년을 맞아, 아롱이의 3남매 출산 이야기를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첫째와 막내의 입양 보낸 이야기도 다음 기사에 쓰겠습니다.

                 저의 블로그에도 공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