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남매 이야기

승엽아~~ 힘내!!!!!

은별(한명라) 2004. 5. 19. 11:58

 

지금쯤 수술실에서 자신과의 싸움으로 힘든 사투를 벌리고 있을 승엽이에게...

 


어제 오후,
할머니께서 많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전해 온 소식을 듣고서
이 고모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한참을 생각을 했단다.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아파해 줄 수 없기에
걱정어린 마음으로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이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져서
언제라도 네가 읽어 볼 수 있도록 편지를 쓰기로 했단다.


"사는 일이 왜 이렇게 걱정이 끊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시던 할머니께서는
오늘 새벽,
2~3시간은 족히 걸리는 결코 짧지않은 기도를
너에 대한 기도로 모조리 써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멀리 시골에서도,
서울의 고모, 작은 아버지들께서도,
그리고 수술실 문 앞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을 너의 엄마도
부디 승엽이 네가
이번 수술에서 당당히 싸워서 이겨 주기를 온 마음을 모아 빌고 있단다.

 

 

 

아마도 1983년도 여름이었지?

세상에 나오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더 있어야 할 네가
안양의 어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고모들과 막내 삼촌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서둘러서 병원을 찾았었지.

그때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너를 유리창 넘어에서 처음으로 보았단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
너희 엄마가 원만한 대학생활을 위해서
여름방학중에 너를 수술을 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것을...


그런 네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나서도 갑자기 아프게 되어
다시 또 한번 인큐베이터안에  들어가야 했을때
과연 네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몸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지...
혹시라도 네가 잘못된다면 너희 엄마는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많은 가족들에게 어떤 비난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이 고모는 은근히 걱정이 많았단다.


그런 우려에도 너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 주어서
고모는 마음속으로 승엽이 네가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단다.

 


깊은 속정일랑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고 쉽게 표현하지 않는 무뚝뚝한 네 아빠와는 달리
매사에 적극적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끝내 마음속에 담아두지 못하는 너희 엄마를 닮아서 인지
밝고, 활동적이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열심히 잘 살아가는 너를 보면서
고모는 20여전의 인큐베이터 속의 너를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이 고모가 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너희 가족이 아빠와 함께 유학을 떠난
2년동안의 영국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돌아 온 직후였지?

그때 너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훗날 네가 서울에 있는 대학의 법대에 무난하게 입학을 했다는 소식,
이어서 휴학을 하고나서 군대에 가기전에 합격을 목표로
고시원에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갑작스럽게 맹장수술도 했다는 이야기,
여자친구와의 길고 긴 휴대전화 통화로 인해서
휴대폰 전화요금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까지도
너희 엄마를 통해서 빠짐없이 잘 듣고 있었단다.


이제 네가 어른, 완전한 남자가 되었나보구나...하고
흐뭇한 생각을 하던 중에,

이번 음력설에 시골에 가서 할머니를 통해서 전해 들은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너의 소식.
그리고 뒤이어 알게 된
정밀검사 결과가 좋지않아서 항암치료가 곧 바로 시작된다는 소식.
그래도 항암치료에 잘 적응을 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들으면서
꼭 한번은 너의 병문안을 가야지...하고 생각은 했었단다.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한 내게 너희 아빠는
"아직 젊은 아이니까 괜찮을 거야"하고 말끝을 흐렸고,

 

너희 엄마도 애써 침착하고 의연하게
"다른 환자들에 비해서 잘 적응하고 있어요"라고 했고,

 

걱정이 잔뜩 담긴 이 고모보다 몇배나 더 씩씩한 목소리로
"저는 괜찮아요"하고 나에게 대답을 해 주었지.


 

인터넷 검색을 해서 몇번이나 찾아 보았던 "골육종"이라는 단어.
하필이면 너의 어깨가 그동안 쉽게 접해 보지도 못했던
"골육종"이라는 증상으로 인해서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그래도 몇차례의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서
너의 어깨를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힘든 수술을 한다니
이런 경우를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모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아빠보다도 훨씬 체격이 건장해졌다는 네가
아마도 오늘의 수술도 멋지게 잘 견뎌 주리라 믿는다.


 

네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야 했던
두번의 인큐베이터 생활에서도 잘 견디어 주었듯이


 

"그깟 수술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하고

너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열 두명의 고모와 작은 아버지들께,
그리고 온 가족들에게
자신있게 들려 주기를 바란다.

 

 

한승엽!!!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