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엄마 되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은별(한명라) 2002. 3. 1. 07:56







지금이야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있지만,


울 승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했던 1999년 3월 부터는
오후가 되면 우리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전화가 승완이와 같은 반 친구의 엄마들이 걸어 온 전화로
승완이가 자기 아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
친구의 신발주머니를 숨겼다는 이야기,
짝꿍의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다고 승완이가 놀려서
그 아이가 학교엘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


그때마다 제가 취한 방법은
바로 옆에서 승완이가 저를 지켜 보고 있는 가운데에


상대방 엄마에게 울 승완이에게서 전후 사정을 들어보고 난 후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겠다고,
아마도 내가 아이를 잘못 교육시킨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아주 깍듯이 사과를 하는 모습을 승완이에게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전화를 끊은 다음에는 승완이를 앞에 두고 혼잣말로 푸념을 하듯

"엄마가 너무도 부끄러웠다고...어디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다고...
많지도 않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엄마를 이렇게 부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아주 자존심이 강한 승완이는 이 엄마에게 무척 미안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을 하면 애써 변명을 하려고 하지 말고,
떳떳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똑같은 잘못이나 실수는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12살 은빈이와 11살 승완이가
이 엄마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
한 귀로 듣고, 그냥 한 귀로 흘려 버리는 건지 알 수야 없지만
언제인가는 이 엄마의 깊은 뜻을 알아 줄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은빈이와 승완이에게 잔소리(?)를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1월,

뻥순이네 집에서 4박 5일간의 휴가를 보내면서 느꼈던 이야기 입니다.


올해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뻥순이 오빠 동언이,
그리고 5살난 뻥순이 언니 유정이,
또 언니 알기를 우습게 아는 뻥순이.


사실 우리 승완이와 은빈의 어릴때와 비교하면
뻥순이네 세 남매들은 얌전하고, 조용하기만 한데도
하루에도 몇번씩 토닥 토닥 크고 작은 전쟁을 치루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도합 5명의 아이들은 사이좋게 어울려 놀다가도
어느 순간에 치고, 받고, 울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뻥순이네 3 남매들은 금방 싸우고 울었다가도,
원인을 제공한 한 녀석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헤 거리고 또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었습니다.


어떨때에는 착하고 얌전하기로 유명한 뻥순이 언니 유정이가,
갑자기 눈물 바람을 하고 쫓아 와서는

"엄마, 동언이 오빠하고 승완이 오빠가요~~ 나한테 막 놀렸어여~~"하고 엉엉 대면서,
"그래놓고는 미안하다고도 안해요~~"하고 일러 줍니다.


뻥순이 엄마는 단번에 두 녀석들을 불러서 사건 경위를 듣고 나서는

"빨리 유정이 한테 사과 해~~"하고 소리를 꽥 지르면



두 녀석들은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유정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께..."하고

제대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빛으로 두 오빠를 일러주던 유정이는 그런 사과를 얼른 받아 들이고는
헤헤 거리면서 어설픈 두 오빠를 따라서 놀러 갑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도 쉽게 쉽게 하고,
빨리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재촉을 하면서 어울려 노는 아이들,
하루에도 몇번씩 이어지는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제가 울 승완이 은빈이에게 쉬지 않고 시키는 그 미안하다는 말을

뻥순이네 세 남매는 날마다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이 어쩜 그렇게 이뻐 보이는지요.



그 뻥순이 세 남매를

이번 토요일인 3월 2일날 울 친정에서 만납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뻥순이네 세 남매들의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오겠죠?









...사진 설명...




위의 사진은



울 승완이와 은빈이가 아주 오래전,
싸운 후에 벌을 받는 모습입니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마냥 서럽게 우는 은빈이와,
사진 찍는다고 표정 관리를 하는 승완이.

두 녀석들 표정이 너무도 대조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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