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벌써 10년도 훨씬 더 지나 버린,
오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언제인가는 꼭 많은 분들께 들려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아주 젊은 나이로 홀로 된 어머니 한분이 계셨더랬습니다.
그 분은 청상의 나이로 어린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 젊은 시절을 다 보냈다고 합니다.
보험회사를 다니면서 그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서 명문대학까지 졸업시키셨고,
드디어는 마음씨 후덕해 보이는 며느리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젊어서 홀로 된 시어머니이셨지만,
며느리에게 외아들을 가진 홀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커녕
그 어머니는 맞벌이하는 며느리를 마치 딸인양 어여삐 보아 주셨고,
또 손녀까지 보게 되어 아낌없는 사랑으로 손수 키워주셨습니다.
그렇게 마음씨 좋아 보이는 시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닮아서 사람 좋아 보이는 아들 내외,
그 할머니와 엄마 아빠를 꼭 닮아 보이는 손녀는 한집에서 오손 도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어느 단란했던 한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그 가족이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이었던 울 세째언니를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는
제가 보았던 그 가족의 행복했던 모습이 아닌,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음이 저리기만 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그 가족은
보다 더 자신들의 완벽한 행복을 꾸려가기 위해 아파트 한채를 분양을 받게 되었더랍니다.
그러나 젊은 나이로 홀로 되어 어린아들 대학공부를 시키고,
결혼까지 시킨 그때의 그 집안 형편은 넉넉한 형편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전세금 대부분이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금과 몇차례의 중도금, 잔금이 되어야 했으므로
그 가족들은 집세가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가족들이 내린 최종적인 결론은
아들 내외와 손녀는 아들의 처갓집으로 들어가서 자신들의 아파트가 완공되어 입주하는 날까지 살기로 하고,
홀로 된 어머니는 친정의 여동생네 집으로 들어가서 얹혀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의 남편의 성격이 만만치 않은 괴팍한 성격인 탓에
젊은 시절에 홀로 된 처형을 바라보는 눈길도 곱지가 않았고
그런 여동생의 집에 얹혀 살기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어머니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아들내외와 손녀와 함께 입주하여 살게 될
아파트 공사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을 찾아가 앉아서
눈물바람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그러셨다 합니다.
"저 아파트가 언제나 다 지어 지려나...
언제쯤이면 보고싶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되려나..."하고 간절하게
아파트가 완공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힘없이 동생네 집으로 돌아오곤 하셨답니다.
아무리 보고싶고 그리워도 손녀와 아들과 며느리를 차마 사돈집으로 찾아가 만나 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아파트가 완공되어 함께 살 날만을 기다리던 어머니.
그렇게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더디게만 진행되는 아파트 공사현장을 눈물바람으로 지켜 보고 오기만을 반복을 하다가,
그만 그 어머니는 덜컥 큰병이 나고야 말았답니다.
암이었다고 했는지,
그 병명이야 지금은 제 기억속에 또렷하게 생각이 나지않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주 큰 병이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게 홀로 여동생집에 얹혀 살던 어머니는 큰 병까지 얻게 되어
그렇게 꿈에 바라던 아들내외와의 아파트 입주를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그만 이 세상을 아쉽게도 훌훌 떠나 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아파트 공사장을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서
눈물바람으로 바라보며 아들내외와 손녀와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그 어머니의 마음과 사연을
어쩌면 그 아들내외는 끝끝내 다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행여나 당신의 아들이 알게 될까봐
차마 아들에게는 그런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당신이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인 울세째언니를 찾아와서
그 어머니께서 직접 조심 조심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훗날 다시 울세째언니를 통해서 듣게 된 이야기는
그 어머니께서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 아파트는 마침내 완공이 되었고,
그 아들내외와 손녀는 계획대로 그 아파트에 입주를 하여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저는 혼자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 아들내외는 자신의 어머니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소망하였던
소원을 알기나 하고 있을지...
지금 자신들이 무심하게 흘려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활속의 작은 행복까지도
자신의 어머니께서는 온 마음을 다해서 꿈꾸었던 커다란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
만약 알지 못하고 있다면,
웬지 그 아들 부부에게, 손녀에게,
그리고 어쩌면 그 아들내외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가족에게도
그 어머니의 눈물을,
그 간절하고 애절했던 마음을,
살짝이라도 귀뜸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하릴없이 문득 문득 들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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