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생일이 확실하게 맞았습니다. 사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특정한 기념일에만 서로를 챙겨주고 선물을 마련해 주는 것보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따금 제가 자주 가는 카페 게시판에서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작년의 제 생일엔 비록 미역국도, 가족들의 축하의 인사도, 아주 작은 선물도 없었고
그렇게 저의 마음을 비우고 하루를 보내려니 굳이 그런 시간을 빌리지않는다 해도
지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날도 하루 종일 저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시달리기 위해서
잠시 충전기에 몸을 얹고 쉬고
있는 제 휴대폰이 부르르... 그 몸을 떱니다.
또 안전운전하라는 자동차 영업사원의 문안인사가 문자로 들어오나 보다하고
대수롭지않은
듯 문자를 확인을 해 보니,
제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카드회사에서
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가 들어 와
있습니다.
그제서야 식탁 옆의 달력을 확인해 보니
19라는 숫자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또
"내 생일"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며칠전에 아이들이 엄마의 생일이라고 두런 두런 거렸었는데,
제 생일보다 바로
이틀 앞선 시어머님의 첫기일에 온 가족들이 신경을 쓰다보니
올해도 이렇게 미역국도 못 끓여 먹는 생일날 아침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도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제 생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생일 바로 하루전에 눈을 감으신 시어머님.
상복을 입고 종종거리며 시어머님의 장례식과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보니
어느새 제 생일도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작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누군가가 제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혼후에 맞이 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황홀한
꿈을 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남편이 향기로운 장미 꽃다발이나 예쁜 옷,
그리고 악세사리 같은 선물을 해 주기를
바랬었고
그런 선물을 받아야만이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믿거나,
이 세상에서 행복한 여인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해, 두해 살아가면서 굳이 어떤 기념일이라고 해서
그날만을 위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선물을 받는 것이
과연 자신있게 행복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 행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되집어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1년 365일 내내 서로에게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음이 훨씬 더 크고 좋은 선물이 아닐지.
굳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라는 이름을 빌려
그 사랑의 깊이를 확인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지금의 저의 나이가 되어서야 저절로 들었습니다.
저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어린 회원들이
자신의
생일이었는데 남편과 시댁 식구들로부터 아무런 축하도, 선물도 없었다고
서운해 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저는 이런 글을 댓글로 달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생일날이나, 결혼기념일에 단순히 축하를 받고 선물을 받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본인에게 와 닿는다면
그것은 비로소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로와진 것일 거라고...
특별한 기념일에만 굳이 축하나 선물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평소 서로에게 사랑과 믿음을
충분하게 느낄만큼
날이면 날마다 한결같이 챙겨주고, 믿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라고...
그러면 그것보다 더 크고 행복한 선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고...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물질들,
그것만의 잣대로 상대방의 사랑과 관심을 시험하려
하지 말고
그 크기에 있어서 감히 견줄 수 없는 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는 현명한 눈(目)을 갖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 후배들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 온 선배로서 꼭 들려 주고 싶었습니다.
또 올해의 생일에도 제 스스로 챙길 겨를이 없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미역국도 못 끓여 먹은 아침이었지만,
서운함이나
아쉬움이라고는 조금치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이 우리 마누라의
생일이라고 여기 저기 소문을 내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게 하더니,
급기야 저녁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외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낸 후 늦은 시간까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서로 와인 잔을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이만하면 비록 미역국도 없는 생일이었지만,
썩 행복한 생일이 아닌가요?
하지만 가족 외식도,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이 없었다해도
저는
서운한 생각일랑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루 하루가 저에게 있어서
그럭 저럭 살아갈만한
날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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